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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화만이 이해로 가는 유일한 길

필자는 36년 전 퍼시픽 센추리 인스티튜트(PCI) 설립에 참여했다. 광대한 태평양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해의 가교’ 역할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다음 세기는 ‘태평양의 세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 예상처럼 이제 태평양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태평양 지역 국가·국민 사이에 상호이해의 폭은 넓어졌는가? 아니면 오히려 분노와 공포, 불신으로 인해 위험한 충돌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울러 그동안 PCI가 주도적으로 지원했던 노력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아니면 헛수고였는지도 궁금하다.     지난달 LA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PCI의 연례 ‘빌딩 브리지 어워드(Building Bridges Award)’ 시상식장에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이다.     ‘빌딩 브리지 어워드’는 태평양 지역 국가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개인과 단체에 주는 의미 있는 상이다. 올해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의 이화여자대학교가 단체 부문에서, 그리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개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또 전 PCI 의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성대한 식장에 앉아 문득 생각했다. 이건 그저 쇼에 불과한 것일까? 현실에선 적대적 무시와 종종 오만하기까지 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게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그동안 이룩한 발전과 성숙을 후퇴시키진 않을까?   식장에서 그레그 전 대사의 수상 소감을 주의 깊게 들으며 그의 핵심적인 지론을 다시 떠올렸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적대 관계에 빠지면 상대방을 악마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악마화는 충돌의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그런 악마화를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화다. 대화를 통해서만 서로 무지에서 벗어나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잠재적인 적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설령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상대라 생각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대방 역시 당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비로소 협력이 가능하다.   현재 태평양 지역 상황을 보면 매우 유동적인 요소들이 많다. 중국의 적극적인 확장 전략, 북한의 핵무기 개발, 북한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우려, 일본의 재무장,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타이완의 미래, 미국·영국·호주 3국의 군사 및 정보 협력 강화,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 ASEAN 국가들의 부상, 기후변화의 충격 등 다양하다.   따라서 지금은 이 지역 모든 국가가 대화 채널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다. 또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쉽게 악마화해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서로 얘기한다는 것은 부드럽게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도, 항상 합의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화는 원하는 것(want)과 필요한 것(need)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충돌을 피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PCI 이사들의 모임에선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한반도 핵 문제와 이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 등에 관해 미주중앙일보와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핵 문제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로버트 칼린, 로버트 갈루치가 인터뷰에 응했고, 역시 PCI 이사인 글렌 포드는 특별기고를 통해 의견을 전했다. 인터뷰와 기고문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 게재됐다.     이들의 주장은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첫 번째는 남북 모두 상대방과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의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우려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확산 위험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와 국제적 위상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해의 가교’ 역할이라는 PCI의 설립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우리가 서로 외면하고 악마화하는 데 매몰된다면, 위대한 태평양의 세기는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줄 해법으로 인도해 주는 게 대화인데, 이를 지속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영어 원본 칼럼 보기   ◇스펜서 H. 김     항공우주 제품 제조판매사 CBOL Corp 대표. PCI 공동창립자이자 미국 외교협회 회원. 2006~08년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APEC 기업인자문위 미국대표로 활동. 2012~13년 하버드대 애쉬센터(Ash Center) 레지던트 펠로.   스펜서 H. 김 / PCI 공동창립자특별기고 대화 유일 태평양 지역 핵무기 개발 현재 태평양

2023-03-22

[시론] 대서양-태평양 연계로 아시안 안보 강화

21세기 국제 질서를 규정하는 세 흐름이 있다. 먼저 힘의 이동. 지난 20년간 미국과 서방이 이끈 단극화 세계가, 인도·중국 등 비서구 국가 및 한국·인도네시아 같은 중견국이 큰 역할을 하는 다극화 세계로 바뀌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러시아·이란 같은 강대국이 실지회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강압을 행사하는 국제정치로의 복귀 흐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다. 세 번째는 테러,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처럼 비국가적 요인으로 세계적 혼란이 커지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을 통제하려는 세계 정상들의 노력이 최근 다양한 회의에서 이어지고 있다. 28일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동맹국 간 연대의 과시로, 아시아 지역에 주는 상징성도 크다.     평화롭던 유럽 한복판에서 러시아가 벌인 잔혹한 전쟁으로 국수주의적 독재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지 세계는 알게 됐다. 대만 해협, 동·남중국해,태평양 연안, 심지어 히말라야에서까지 불안을 야기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미사일 도발의 빈도·강도를 높이는 북한 김정은이 좋은 예다. 시진핑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등의 대러 제재 동참을 보며 아시아의 미 동맹국에 무력을 쓸 경우 나토 동맹도 그냥 있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냉전식 동맹의 부상을 의미한다고 우려한다. 시진핑이 거듭 주장하는 바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들의 참석 결정 한참 전인 지난 2월 시진핑과 푸틴이 종일 만난 뒤 ‘한계 없는’ 파트너십을 공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진핑의 암묵적 지지 하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은 대러 금융제재에 발을 빼고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 외교적 지지도 스스럼없이 보낸다. 중·러의 전략적 연합이 미국의 유럽· 아시아 동맹국을 뭉치게 했다.   이런 범 대서양-태평양 동맹 간 연계 강화는 역내 안보를 더 강화한다. 유럽이 아시아 안보에 관심을 더 두면 힘으로 대만을 통일하고 남중국해의 영토권을 밀어붙이려는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태평양과 대서양 동맹에 더 의존할수록, 중국의 공세에 함께 맞서면서도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요구하는 동맹국들의 목소리는 힘을 더 얻는다.   이번 나토회의에서 동맹국들은 전례 없는 국제 연대를 과시했지만, 완벽하게 결속한 블록은 아니란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계속 삐걱대고, 터키와 헝가리가 겉돌고, 프랑스와 미국 내 반 나토, 반 유럽 정서도 있다.     그러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연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는 불확실한 국제 질서를 그나마 안정시키는 요인이다.   이게 다는 아니다. 일주일 전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의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은커녕 언급도 안 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5월 말 쿼드 정상회의에 열성적으로 참석했다. 인도·태평양 내 중국의 강압성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회의다. 인도는 무기와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많은 인도 국민은 러시아가 반서방을 대표하는 개도국으로 여기고 있다. 나토 회의에 참석한 민주 국가 간 마찰보다 인도·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더 크고, 나토보다 브릭스의 응집력이 약해서 점차 인도가 대러 의존도를 줄여갈 것 같다.     하지만 브릭스 인구는 전 세계의 40%나 된다. 향후 지정학은 명확한 블록이 아닌 다자적 협의체나 그룹별 승부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인도 같은 국가들을 다룰 때의 기민성까지 함께 갖춘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외교력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키신저 석좌시론 대서양 태평양 아시아 동맹국 해태평양 연안 태평양 지역

2022-06-28

[시론] 중국 압박하는 미국의 'IPEF' 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구상을 언급했다. 지난 2월에는 백악관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으며 그 중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해 IPEF를 구축할 것임을 밝혔다. 그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가 IPEF와 관련해 개략적인 설명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 최종형식, 협상방식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미-ASEAN 기업인협의체’가 공동 주최한 ‘인도-태평양 콘퍼런스’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라 비앙키 USTR 부대표는 IPEF가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복원력’ ‘인프라와 탄소감축’ ‘세금과 반부패’ 등 4개의 분야로 구성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참가국들은 4개 분야 모두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며 다만 선택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체내용을 예외 없이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PEF의 분야 중 그나마 내용이 조금 더 알려진 분야는 무역분야다. USTR는 IPEF 무역분야에 노동, 환경과 기후변화, 디지털 경제, 농업, 규제의 투명성,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등과 관련한 수준 높고 구속력 있는 약속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IPEF 무역분야에서 시장개방은 다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중국이 과도한 정부보조금 지급, 강압적인 기술이전요구, 강제노동 동원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정책과 관행이 지속되면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다양한 규범과 원칙을 주도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변화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중국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및 안보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지역과의 관계를 적극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기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중국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고 자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확실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 일자리와 투자기회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IPEF의 무역분야를 통해 새로운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즉 무역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높은 수준의 규약을 제정하되 이들 규약에 회복력, 포용성, 그리고 지속성을 충분히 반영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규약이 평상시 무역정책의 관심 밖이던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에게도 긍정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강조하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이 IPEF 무역분야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IPEF의 참여국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 현재로서는 USTR과 상무부가 중심이 되어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등과 IPEF에 대해 의견교환을 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미국은 IPEF의 회원국과 관련해서도 포용성을 중요시하고 있어 일부 분야만 참여하는 회원국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무역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새로운 규범과 원칙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비중 있는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IPEF 구축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에게 긍정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IPEF에는 미국의 노동자, 중소기업, 농업의 이해관계 등이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IPEF 참여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우리나라에게 또 다른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IPEF 참여를 결정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또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태호 / 전 통상교섭본부장시론 중국 미국 태평양 지역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태평양 콘퍼런스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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